짧은여정 긴호흡/답사가는날

남한강따라-법천사터와 거돈사터

부석사 2012. 11. 25. 23:26

2011년 5월 29일.

고달사터 근처 리조트에서 하루를 묵고 아침 고달사터를 한번 더 다녀온 뒤 바로 법천사터로 향했다. 신체리듬상 비몽사몽간에 도착한 법천사터.

법천사(法泉寺). 법이 샘처럼 솟는다는 뜻이니 흥법사나 고달사와 통함이 있다.

통일신라 성덕왕 24년(725년)에 법고사로 창건됐다고 하는데 임진왜란때 폐사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동네이름마저 법천리다. 근처 마을 전체가 절영역이었다고 하니 그 사세가 어떠했는지 짐작만 할 뿐이다. 마을안에 있는 당간지주를 잠시 본 후 눈으로 볼 수 있는 유물들을 보러 올라간다.

정비된 영역외에 주변에선 아직도 기계들이 여기저기 파헤치고 있다.

절터의 가장 높은 곳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하게 치장한 지광국사 해린(984~1067)의 부도비가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곳 하나 빈 곳이 없다. 다만 그 화려함은 넘침이 아니라 공경의 꽉참이니 구름 하나하나, 글자 하나하나에 새겨진 지극한 정성이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았다.

부도비만큼이나 화려한 지광국사부도도 근처의 다른 절터에서처럼 이 자리를 떠나 경복궁 고궁박물관에 머물고 있다. 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할 때 다른 부도처럼 따라오지 못한 건 옮길 때 파손될까봐 우려해 혼자 그 자리에 계신단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석물들을 부도비옆에 모아놓았다. 어디에 쓰였는지 모르는 이 석물은 미래지향적인(?)디자인이 눈에 확 띤다. 설마 지금과 같은 이미지는 아니었겠지...

 절터로 올라가는 어귀의 석재들.

 지금은 잘 정비된 절터

 

 

 지광국사현묘탑비 패널.

 지광국사 해린의 부도비 전경

 

 귀부도 빈틈을 주지 않았다. 등을 네모로 나누고 王자를 새겨넣었다.

 옆면의 용도 여의주를 희롱하고 있고...

 이수도 뒤질세라 치장했다.

 

 

 

 같이 간 분들은 열심히 공부중. 나는 열심히 영상기록중....

 도란도란 모여있는 법천사의 주인들.

 

 

 

 이 모습을 잡으러 길없는 숲길을 비집고 올라갔다.ㅋㅋ

 

 

 

 

 어느 멋진 부처님의 광배인지...화불 5분만 광배를 떠나지 않고 있다.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는 석가모니불인듯...

 지권인을 하고 있으니 이분은 비로자나불이 분명해 !

 

 아~~ 법천사는 법만 샘솟는 게 아니라 정성과 장엄마저 샘솟았구나...

 그 법이 샘솟았던 우물인가?...ㅎㅎ 구석에 우물이 남아있다. 그 때도 있었던 것인지...

 우물가 근처에 눈에 띄지 않지만 여기도 아름다운 장엄이 있다.

 

 

 

 

이제 법천사터를 떠나 거돈사터로 간다.

거돈사(居頓寺). 법천사터와 고개 하나 너머에 있다.

글구 보니 두 절 모두 같은 원주시 부론면 소속이군.

법천사터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서 거침없는 풍광이 따끔거리기 시작한 햇살아래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쨍쨍한 햇볕을 피해 오래 머물면서 빈 자리를 채워 상상력을 키워줄 천년을 넘었음직한 느티나무까지 곁에 있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구산선문중 유일한 북종선이며 국내파승려였던 희양산문의 지증대사 도헌이 현계산 안락사에서 입적했다고 하는 데 학계에서는 현계산 거돈사를 안락사로 보고 있는 듯하다.(얼마전 방송통신tv에서 우리와 똑같은 코스로 답사하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출연한 교수가 그렇게 말했다.) 원공국사 지종이 여러차례 봉암사에 머물렀다는 기록도 있단다.

 

 계단아래서 본 거돈사의 첫모습. 한계단 한계단 오를수록 펼쳐질 모습이 어떨까 가슴이 뛴다.

 

 저 느티나무가 있어 한여름에도 거돈사터는 시원하다.

 

 이떻게 보면 휑하고 저렇게 보면 호방하다.

 남아있는 유물들. 삼층석탑과 석불대좌, 저 멀리 언덕에 원공대사 지종스님의 부도탑 복제품이 있다. 진짜 부도는 역시 중앙박물관 뜰에 있다.

 평범한 삼층석탑이지만 안스럽고 고맙다. 온전한 모습에 비례하게 넓은 빈 터를 지키는 힘부침이 안스럽고 , 이 이가 있어 거돈사터가 꽉 찬 듯해 고맙다.

 

 

 여기저기서 모아놓은 거돈사를 이루었던 석재들.

 원공국사승묘탑비. 법천사 지광국사부도비처럼 이 귀부에도 卍자와 함께 王자가 새겨져 있다. 너무 하얀 것이 이것도 부도처럼 복제품인지 궁금했는데 목욕을 했기 때문이란다. 아~~목욕은 괜히 했다. 석조유물은 그냥 이끼낀 그대로의 모습이 좋던데...

 

 원공국사 지종(930~1018). 중국에서 천태종을 공부하고 돌아와서는 광종, 경종,성종, 목종, 현종(드라마 <천추태후>에 등장했던 모든 왕들이네)으로부터 왕사, 국사로 추앙받았다. 봉림산문의 원종 찬유(고달사터에 부도가 있다)의 영향을 받았으며 고려초기 천태종을 계승하였으며. 거돈사에서 입적했다.

 이 모습은 용이라기보다 목도리도마뱀에 더 가깝다.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에서 목도리를 세우고 물위를 달리던 그 목도리도마뱀과 싱크로율90%이상!!

이른 아침 고달사터를 다시 보고, 법천사터, 거돈사터를 둘러보는 오전일정을 마무리한다.

이제 남한강을 계속 따라가서 충주로 간다. 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