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간다말없이.../단아한산

억새화왕과 암릉관룡

부석사 2008. 4. 29. 20:01

화왕산은 누구나 가을산으로 알고 있다.(진달래가 좋다는 건 이번에 알았다)

나조차도 화왕산하면 억새평원과 격년제로 태운다는 정월대보름억새태우기로만 기억해 왔으니까.

 

그러나 몇 년전 늦게 받은 여름휴가때 친구들을 만나러 서울서 울산, 창녕으로 돌며 친구네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혼자 화왕산에 올랐을 때의 푸른 여름억새도 거울억새 못지 않게 아름답게 넘실댔었다.

소문을 의식하지 않고,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사고로 언제나 깨어있는 정신이 중요함을 깨닫는 해였다.

 

4월 둘째주에 걷는 화왕산은 진달래를 보기엔 이르고 벚꽃을 보기엔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관룡사입구에선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진주에선 벌써 진 벚꽃이 이곳에선 마지막 저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자하곡에서 시작해 제1등산로라 불리는 오른쪽 바위길을 택했다.

흔히들 쉬운 제2등산로가서 포장마차들이 늘어선 길로 들어서는 데 우리는 경치좋은 바위능선을 타고 기고 매달려 배바위쪽으로 들어섰다.

작년에 아름다운 은빛, 금빛 물결로 사랑받았던 억새들은 지금은 앙상한 줄기만 남은 채 새로 태어날 생명의 밑거름과 보호막이 되고자 아직도 자기 몸을 곧추세우고 있다. 고맙고도 존경스럽다.

다행히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억새능선 바깥은 안개로 볼 수가 없었다.

움푹 팩 부드러운 억새능선과 깎아지른 절벽의 아이러니한 조화는 억새구경못지 않게 인상깊었는데...

재빠르게(우리 산악회의 특징. 어쨋든 빠르게 걸어서 간다.) 동문을 빠져나와 허준, 장금이 세트장에서 기념촬영 퍼뜩하고 임도를 떠나 관룡산으로 올라섰다.

우여곡절끝에 점심을 먹고 아직은 부드러운 관룡산능선을 탄다.

청룡암과 관룡사가 갈라지는 이정표부터는 곧장 내리막에, 부드러운 소나무길에, 내 짧은 다리가 쬐끔(?)모자라는 바위길이 지칠 틈을 주지 않는다.

관룡사의 명물 용선대 부처님께 문안인사 드리고 요래조래 볼 것과 담을 것이 많았던 관룡사.

청룡암쪽 깎아지른 암릉을 뒤로 한 채 먼저 하산주하러 떠나간 동료와

지친 다리를 이끌로 뒤따라 오는 동료들 사이에서 혼자 벚꽃길을 만끽하며 오늘 산행 끝~~~

 

-------<산행과 주변 정보>-----------------

창녕읍 지나 자하곡 매표소에서 시작한다.

창녕은 작은 경주라 불릴만큼 가야와 신라시대의 유물유적이 많은 곳이라 화왕산뿐만 아니라 읍내답사도 좋다.

임도가 끝나면 도성암으로 오르는 길과 제1, 제2등산로로 갈리는데 정상석으로 바로 오르는 도성암쪽은 흙길이나 매우 가파르다.

보통은 제1,2등산로로 가다가 소나무숲에 난 넓은 운동시설이 있는 곳에서 다시 제2등산로로 직행한다.

이 길이 화왕산으로 가는 가장 빠르면서 무난한 길이다. 다만 억새평원 바로 아래 깔딱고개라 불리는 급한 경사로만 잘 이겨내면 드없이 행복한 길이다.

제1등산로는 전망이 좋다. 제2등산로가 지겨운 사람에게 권할 만...... 이 길은 정상석 반대편 배바위로 통한다.

평원에는 움푹팬 연못이 세 곳 있는데 그 중 한 곳은 크게 복원을 시켜놓았다.나머지 두 곳은 난간만 쳐저 있어 원래의 연못과 복원후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이 곳 연못의 뻘속에서 임진왜란 당시 사용됐던 <비격진천뢰>(지금은 시한폭탄. 핸드볼공만한 둥근 폭탄)이 거의 원형대로 발굴이 됐다. 진주성 등에서 발견된적이 있지만 대부분 작은 파편들인데. 복원된 비격진천뢰는 지금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억새평원의 평화로움만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이곳 화왕산성이 500여년 전 왜군과 의병들의 피비린내나는 전쟁터였다는 게 격세지감으로 느껴질 것이다.

또 이 곳에서 창녕조씨가 성을 얻었다고 하여 비석이 세워져 있다.

 

여기서 왔던 길로 하산할 수도 있고 동문으로 빠져나와 허준,대장금,상도..등 MBC사극촬영세트장을 구경한 뒤 임도따라 계속 걸어가 하산할 수도 있다.

관룡산은 세트장에서 계속가다가 <번지없는 주막>이라는 포장마차에서 산길로 올라서면 된다.

이 길도 청룡암갈림길까지는 평온하다.

갈림길에서 용선대까지 1.6km정도는 변화가 많은 길이다. 하지만 화왕산을 조망하고 청룡암쪽 암릉을 구경할 수 있어 드없이 눈맛이 좋은 길이기도 하다.

배바위에서 항상 점으로만 보았던 용선대 앞에 선다. 용선대 좌불은 복도 이만한 복이 없다.

전망좋기로는 경주남산 신선암부처와 쌍벽을 이루는 듯....

옆 대각선에서 카메라로 렌즈로 올려다보니 입가엔 알듯 모를듯한 미소가 자욱하다.

벌써 석가탄신일이 가까웠나 보다.관룡사 3층석탑은 오색등으로 울타리를 벌써 쳐놓았다.

걸어서 오르는 작은 돌문도 앙증맞고 관룡사 지킴이 돌장승 두 분도 부리부리한 눈으로 잡귀들의 오금을 저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날씬한 실상사의 돌장승과는 다르게 통통하니 많이 잡수셨나부다.ㅋㅋㅋ

 

 늦가을 화왕산 2007.11.18 허접이산악회회원 2명이서 올랐다. 제일 높은 곳에 정상표지석이 있다.

 

 

 배바위풍경 2007.11.18

 현대적으로 단장된 세 연못중 하나.

 동문에서 바라본 풍경 2007.11.18. 왼쪽으로 배바위, 오른쪽으로 정상가는 길.

 은물결속으로 걸어가는 있는 허접이산악회원. 바로 요앞분 달랑 1명.ㅋㅋ 2007.11.18

 

 역시 현대적으로 다시 쌓은 동문성벽. 현대적인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난 모르겠다. 2007.11.18

 은빛 넘실대던 작년 가을의 모습.

 

 제2등산로 바위길을 오르는 사람들

 

 

 사람들이 무서움을 모른다...ㅠ_ㅠ

 

 봄의 억새밭을 거니는 울 산악회친구

 

 허준세트장

 나, 장금이?

 

 세트장 지나 개나리꽃길이 진달래 분홍빛과 대조를 이룬다.

 

 관룡사와 청룡암으로 갈리는 이정표.임도에 있는 주막 <번지없는 주막>간판도 보인다.

 

 이정표쯤에서 바라본 화왕산 배바위쪽 모습. 왼쪽 끝에 배바위, 가운데 우뚝 솟은 것이 정상

 

 드뎌 용선대에 왔다.

 

 용선대 좌불님

 

 

 미소가 어린 옆모습

 

 석등받침만 남아 있다. 여기도 올챙이가 살 것이다.

 

 아래서 올려다 본 용선대 모습

 

 관룡사의 부처님오신날 준비. 여기서 용선대까지 600m정도.

 3층석탑 뒤의 석불을 모신 약사전

 앙증맞은 대문과

 듬직한 석장승

 

 

 들어가는 입장에서 본 석장승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