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간다말없이.../단아한산

눈썰매타기 좋은 산 계방산,아쉬운 단양적성비

부석사 2008. 2. 20. 18:10

2월엔 강원도 홍천에 있는 계방산을 갔다.

새벽 4시에 졸린 눈으로 출발해서 중앙고속도로 단양휴게소에서 시레기국에 밥을 말아 먹고 다시 강원도를 향해 차에 올랐다.

휴게소를 빠져나오면서 창밖을 문득 본 순간 내 눈에 잠이 확~~달아나는 광경이 들어왔다.

휴게소 바로 뒷산에 능선따라 오르락 내리락한 성벽이 타원형으로 둘러쳐져 있는 게 아닌가.

아~~산에 미쳐 돌아다니느라 가슴속 깊이 꾸깃꾸깃 넣어두었던 문화유산에 대한 짝사랑이 확~ 피어올랐다.

저거 뭘까? 무슨 산성일까? 혹시 온달산성인가? 아니지 비슷하게는 생겼지만 여긴 단양이잖아...ㅠ_ㅠ

재빠른 사람들을 따라 산을 다니느라 사진찍기도 소홀하고 공부도 소홀해져 스스로 주위를 보는 눈을 닫아버린 내가 몹시도 원망스런 순간이다.

그후 몇 주일 후 생각나 지도를 뒤졌는데 어느 지도에도 단양휴게소 부근에는 아무런 유적지 표시가 없었다.

인터넷 검색을 하고 나서야 내가 본 그 성이 그 유명한 신라의 단양적성비가 있는 단양적성산성이란 걸 알고 나서야 지식가뭄이 비로소 해갈됨과 함께 한없이 무식하고 무심해진 나를 채찍질한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디카를 열심히 돌리고 야생화를 열심히 사랑하고 문화답사로 시간여행을 다독이는 해를 만들어 보자. 아자~~

 

===========계방산==========

오대산 바로 옆에 있어 꽤나 먼 곳이다. 새벽 4:30분에 달려 9:30분에 산행들머리인 운두령에 닿았다.

계방산은 작고 아담한 산이다.

길이 좋아 겨울눈썰매산행으로 많이들 찾는단다.

그래선지 일행들 대부분 눈썰매장비(비료푸대, 비닐...)를 단단히 준비해 온 모양이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눈이 다시 오지 않아 눈썰매산행의 참맛을 제대로 내진 못했다.

눈이 많이 쌓이지 않아 돌부리들이 툭툭 튀어나와서 엉덩이를 많이 괴롭혔다.

 

오르면 오를수록 강원도 산들의 장관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처음 부석사에서 소백산을 볼 때처럼 눈덮힌 골짜기들이 골격을 드러내긴 했지만 드문드문 스키장에 고랭지밭에 산들이 패여 소백산같은 맛을 내진 못했다.

오를수록 드러나는 오대산풍경과 대관령의 바람개비, 멀리 설악산까지 보여주는 좋은 날이다.

 

가는 시간 5시간, 오는 시간 5시간, 산행시간 4시간.

배보다 배꼽이 컸던 계방산의 또 다른 즐거움. 여유있는 하산먹거리와

집에 오는 길에 버스안에서 본 중국과의 통쾌한 축구경기응원?(3:2로 우리가 이겼다.)

 

산행로

1577m의 계방산은 한라, 지리,설악,덕유에 이은 다섯번째 높이의 산이다. 이렇게 작고 아담한 산이 다섯손가락에 속한다니 좀 의아하다.

들머리는 운두령, 여기서 1492봉까지 1시간여 오르내리락 하며 눈썰매를 적절하게 탈 수 있다.

1492봉 바로 못 미쳐 꽤 가파른 오르막길이 있지만 이 곳만 지난다면 정상까지 탄탄대로.

정상지나 제2야영장으로 하산하는 길은 초반 내리막길이 좀 심하다.

속이 움푹패인 주목에선 썰매를 타기 어려울 만큼 가파르다.

그 다음부터의  적절한 경사는 눈썰매타기에 오히려 반갑다.

얼어붙은 몇 개의 내를 건너면 이내 임도가 나타나고 그 임도따라 좀 지루하다 싶게 걸어가면 이승복생가터가 나온다. 이제 산행은 끝났다. 

 강원도의 겨울산

 잠시 눈썰매를 중단하고 간식으로 에너지보충중

 눈맛이 더없이 넓다.

 으..적절한 타이밍...

 

서로 찍어주기

 

 중앙에서 왼쪽으로 오대산이 뻗어있다.

왼쪽 제일 높은 곳 뾰족한 돌솟대가 계방산 정상.

 눈썰매용 쇼핑백. 최근에 눈이 없어 좀 아쉽긴 했다. 왼쪽 멀리 오대산이 보인다.

 제2야영장 가는 길의 패인 주목. 내가 들어가기 딱!

 오늘은 바람이 꽤 불었다. 저 마스크가 제 몫을 했다.

 하산주를 마시며...난 일회용을 쓰지 않은 환경운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