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을 들기 전에 가을길을 먼저 들었다.
강과 들과 산과 꽃이 가을로 물든 악양들에서 온갖 좋은 징조의 가을을 만났다.
1시간 먼저 도착한 복으로 허수아비축제가 열린다는 악양들로 1차 순례를 다녔다.
아직 아침 안개가 승천하지 않아 최참판댁 뒷산 성제봉은 안개허리에 감겨있어 늦잠꾸러기에겐 더없는 아침선물이 되었다.
이슬이 채 가시지 않은 황금들판은 우리 일행만이 호젓한 산책길로 삼으니 이만한 가을복이 어디있을까싶고
아직 잠깨지 않은 낟알들에게 미안함감마저 든다.
멀리 부부소나무가 풍성한 들녁을 여전히 품어안은 뭐 하나 아쉬울 것 없는 아침풍경.
열일곱번째 만인보 출발지를 알리는 현수막과 상징깃발. 폐교된 악양의 축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인원체크와 십이일반 자발적으로 운영비에 보탬을 줄 수 있다.
오늘 우리가 걸을 길은 여기서 시작해 상신대마을을 지나 임도따라 밤나무산 사이 시멘트임도를 계속 오르고 오르다 서어나무쉼터에서 점심~ 또 계속 오르고 오르고 오르고 올르다 내리고 내리고 내려서 적량면 동점마을에서 맺는다
자기성찰과 소통의 길을 내려는 마음답게 점심시간 후엔 참여자들과 지나는 길에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준 작은 공연들이 항상 있다.
쉬엄쉬엄 주위를 둘러보며, 때론 길바닥에 드러눕기도, 나무이름이며 꽃이름으로 한바탕 숲체험을 하기도하고....
하산한 마을에선 비맞는 벼를 우루루 달려들어 순식간에(?!) 자루에 담아내는 매직쇼를 벌이기도..
고맙다며 내주는 동네 할머니의 막걸리에 다 함께 달려들어 후다닥 비워치우는 날렵함까지 ㅋㅋㅋ
지리산만인보에 가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걷기만 하는데도 뭔가 의미있는 걷기를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어서 더 좋다.
앞만 보고 바삐 걷는 둘레길은 이미 지리산둘레길이 아니라고 말한 이원규 시인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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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신대마을 정자에서 마을이야기와 옛날이야기를 해주신 동네할머니와 이장님(군복바지)
밤나무만 즐비하는 길에 느닷없이 나타난 쌍둘이 서어나무쉼터. 주위가 온통 서어나무숲.
점심식사후 사는 이야기를 풀고 있는 <유로제다>대표님. 이름이...박... 잘 모르겠다.
귀농한 이야기며 이 곳에서 자리잡아 가는 얘기를 감질맛나게 해 주신 만능이야기꾼이다.
담에 화개가면 유로제다에 꼭 함 가야겠다.
악양에서 자발적으로 마을도서관을 만든 <책보따리>그룹의 작은 환영공연.
들꽃 산꽃들로 심심치 않았던 길. 이 꽃은 등골나물
쑥잎을 달고 있는 듯한 나도송이풀
꼬리풀쯤 되려나...
오르고 오르고 또 올라 구재봉과 칠성봉이 갈리는 구간에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앞 산은 햇살이, 더 앞산은 그늘이. 환상적인 풍광을 만났다. 다늘 탄성이다.
가을에 피는 차꽃
그 꽃이 지고 나면 이런 열매가..
올 여름 삼계탕에 풍덩 빠졌던 오가피나무 열매
길가에 핀 오가피나무
동점마을에 내려서니 가는 빗사이 양철지붕위레 고양이가 쫴려본다....우리동네 왜 왔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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