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여정 긴호흡/새로사귄풍경

강진,동백은 아직 이르다.

부석사 2009. 11. 21. 22:14

 자칭 재고조 정예요원 넷이 1달여의 장기고민 끝에 강진으로 1박2일행 가을기행겸 맛기행을 결행했다.

10월의 마지막밤에 진주를 떠나 순천에서 밤을 보내고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남도행이 시작됐다.

 음식문화에 조예가 깊은 정장금여사의 오랜 조사끝에 맛기행 첫방문지로는 전날 저녁 광양에서 불고기만찬을 즐기고, 이날 점심(아침은 계획에 없었나? 없었는지 순천만에서 낙안요구르트로 해결했다.)은 강진에서 유명한 한정식으로 떡 벌어질 밥상이  계획되어 있었다, 계획은......

하지만 여행의 묘미는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여행이 주는 실망과 설레임의 양면성!

회비 외에 추가여행경비 마련을 위한 동양화감상이 새벽까지 이어지고 아침 일찍 순천만에서부터 남도여행이 시작됐다.

 한번도 순천만을 못 봤다는 민자여사를 위해 순천만을 잠깐 들렀다가 본격적인 여행지로 가기 위해 2번국도로 접어들었다. 벌교, 보성, 장흥은...지도로 읽고 경치감상으로 대신하고 첫 방문지인 청자박물관은 여기서 천관산쪽으로 방향을 틀어 23번국도를 타고 더 남쪽으로 돌아들었다.

청자의 고장답게 청자박물관 주변은 가로등과 석등,풍경도 청자로 치장했다.

 이름에 걸맞게 순청자부터 상감청자까지, 완전한 모습에서 애처로운 파편까지 청자를 위한 청자박물관이다.

무엇보다 장흥에서 23번국도로 갈라져나온 길을 따라 가면서 천관산을 앞뒤로 감상하거나. 해안가를 끼고 도는 아름다운 드라이브길은 예상치 못했던 낭만의 가을길이다.

강진만건너 다산초당이 있는 만덕산과 더 남쪽으로 주작덕룡산이 뾰족한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어 여행객의 정취를 돋운다.

 

아~그러나 강진에서의 점심계획은 몽땅 흐트러지고 말았으니...

일요일은 그 유명한 해*식당을 찾지말지어다. 또한 그 앞집 명*식당도 찾지말지어다.

먼 곳에서 온 등삭객들이 월출산등반후 점심식사단체예약을 몽조리 해놓는바람에 우리같이 몇 안되는 일반인들은 아예 받아주지도 않는다. 아직 단체손들은 오지않아 자리가 텅 비어있건만 무정한 주인할머니는 쳐다도 안보고, 먼 데서 왔다고 제발 그 유명한 한정식좀 먹어보자고 애걸하는 진주아줌마들을 상대도 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자리 망연자실 서 있던 우리가 더 무안해져 대문을 나왔다.

 헐....소문난 집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은 들었지만 소문난 집에서 이리도 매정하게 문전박대당할 줄이야....

역시 단체예약이 잡힌 옆집에서 애원하다시피 예약하고 1시간여의 막간에 근처 영랑생가를 둘러본 뒤 상을 받았건만 붉은 육회는 파리님이 먼저 시식하시고 순절해 계셨다. 여러모로 1인당 2만5천원(그것도 2인일땐 인당3만원이다)의 식비는 거품이 많은듯....

 다산초당은 처음 갔던 곳에서 한 고개 건너 수련관이 생겨 그 곳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한고개를 더 넘어 가는 셈이 돼버렸다. 강진읍에서 간다면 수련관표지판으로 들지 말고 한 고개 전에 접어들어야겠다.

 초당에서  한 고개 건너 20여분 거리에 있는 백련사에서 감상하는 강진만과 절찻집에서 즐기는 늦은 여유를 즐긴 것이 예상치 못한 이번여행의 여행다움이다.

 

 

 이른 아침 순천만 풍경. 햇살을 받지 못해갈대는 아직 기지개를 펴지 않앗다.

 

 쪽배는 앨범으로...

 

 

 

 

 

 

 셀카테스트랍니당...

 

 

 

 생태박물관 연못가에 핀 메밀꽃. 작은 꽃이 에쁘다.

 순천만 건거가기 전에 있는 쉼터.이 곳에는 순천에서 생산되는 친환경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매장에서 공급하는 낙안요루르트가 있어 맛나게 먹었다. 아침으로...

 과자먹으로 사람이 다가가면 졸졸 따라다니는 오리 한쌍

 23번 국도로 빠져 천관산을 만났다. 안개때문에 천관산의 진면목이 다 잡히지 않았다.

 청자박물관이 자랑하는 상감청자.

 

 

 

 청자수막새

 

 

 오리연적. 주둥이가부러져버렸다. 이런 모양의 완전한 연적이  국보로지정돼 간송박물관에 있다.

 

 청자파편애벌레

 

 

 풍경도 청자

 석등도 청자

 가로등기둥도청자~~

 영랑생가

 생가담벼락이 가을을 듬뿍 담았다.

 다산수련원에서 초당으로 가는 두충나무길. 두충나무밭주인이 이 길을 내 준 모양이다.

자갈밭과 낙엽이 어우러진 가을날의 호젓한 소풍길로 딱이다.

 단지 너무 직선으로 길을 냈다는 게 2%부족함이다.

 초당 바로 밑에 있는 묘소의 문인석. 정약용의 외가 윤선도家 후손의 묘소란다.

이젠 와당이 된 다산초당.

 다산초당 천일각에서 본 강진만풍경

 초당에서 백련사로 넘어가는 오솔길

 오솔길 차밭에서 본 강진만. 여기가 초당보다 운치가 더 난다.

 

 백련사 동백숲. 보호구역으로 지정될만큼 규모가 꽤 크다. 여기에 부도가 몇 기 더해져 여느 동백숲에서도 찾기 힘든 운치를 자랑한다.

 

 

 

 백련사중수비를 받치고 있는 용머리비석받침

이광사의 동국진체. 이런 글씨체는 지리산 천은사현판에서도 찾을 수 있다.(천은사일주문의 현판도 이광사가 썼다.)

요즘은 어딜가나 문화해설사가 있어 이런저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정장금여사가 열심히 감상중이다. 

 

대웅보전으로 올라가는 통로의 청자풍경달린 천장.

청자박물관의 풍경과 똑같아 물었더니청자박물관에서 주문제작한 것이란다.

찻집 문의 인테리어. 마삭줄로 운치있게도 꾸몄다.

 절찻집 다모의 센스가돋모이는 찻상

 

 설정이 아닙니다용~~

 절에 사는 용맹이와 정진이란 이름의 쌍둥이 강아지들

 파란목줄이 동생 정진인데 요놈이 더 맹랑하고 말썽쟁이란다. 스님이 외출할 땐 업혀서 배웅아닌 배웅을 나간단다. 올매나 잘 먹었는지 살이 포동포동하다. 내년 복날엔 납치에 대비해야겠다.

 천지사방 휘젓고 다니느라 풀씨 떨어질 날이 없구나

 이가 나는 건지 물면 질긍질긍...

 찻집창가로 보이는 배롱나무와 강진만

 

 

 

 이제 날이 저문다.

어서 재너머 초당으로, 다시 재너머 차가 잇는 수련관주차장으로, 다시 집으로..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다시 올라오는 나무계단.

지리산길과 제주올레길처럼 요즘 남도는 <유배길가는길>이라는 이름의 걷는길이 생기고 있는모양이다.

이 주변 곳곳에 <유배길가는길>이란 리본이 많이 달려 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길을 반성하며 명상하며 둘러보는 길이 많이 생기는 건 참 반가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