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감은사터와 대왕암
혼자 가도 집에 든 것처럼 편한 곳.
이번엔 힘든 지리산으로 들지 않고 경주로 향했다.
차안에서는 기절한 듯 자다(좀 늦게 일어나는 편)가 경주ic를 통과하고 나니 바깥이 소란스럽다.
때마침 경주국제마라톤대회가 치뤄지느라 달리미들이 우리 차를 마주하며 달리고 있다.
아~~~ 나름 마라톤매니아인 나, 유적지 사이를 함께 뛰고 싶어라......
감은사터는 여기서 다시 양남행버스를 타고 40여분을 더 가야한다.
진평왕릉을 지나 덕동호를 끼고 추령고개를 넘으면 대종천으로 이어지는 북천이 흐르고 곧 장항리절터로 가는 길이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나의 길은 직진. 다시 지지난 여름 찾아간 골굴사, 기림사길과 왼쪽으로 이별한 뒤 달리고달리고 달리면 용당마을.
멀리 감은사의 찰주가 보이면 이제 가방을 챙겨서 앞으로 나와 황금들판으로 나선다.
그리움의 걸음걸음 느리느리 걸어도 이마저 방정맞을까 염려하여 더 더 더 돌아든다.
15년전 아직 이처럼 다듬어지지 않았을 때, 비오는 4월에 만난 감은사3층석탑들은 여전하다.
그때 찰주끝에 앉아있던 새는 생을 마감했으련만 성불한 석탑은 앞으로 천년을 더 살아갈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절터, 감은사터와 영암사터.
영암사터가 마냥 귀여운 아기같아(앙증맞은 쌍사자석등과, 귀여운 돌계단 때문)서 좋다면
감은사터는 멀리 있든, 지금처럼 가까이 있든 늘 힘이 되고 늘 그리운 존재(숨쉬는)...
문무왕의 애국이 아니어도, 신문왕의 효심이 아니어도 이 절터, 이 바다가 이리 좋은데
두 부자의 애끓는 마음은 천년이 지나도 잊혀진 수로를 따라 금당으로 스며드니 어쩌란 말인가...
가을....
내 마음을 보고자, 내 마음을 읽고자, 내 마음을 달래고자 이 먼 곳을 찾아왔건만
사무치는 첫사랑 감은사석탑아래서, 이견대 주춧돌앞에서 홀로 주책없이 기웃거리다가
정작 보고 싶은 마음자리 못 보고 대왕암 푸른바다만 넋놓고 보다 돌아왔네.
======== <<여행정보>> =====================================
감은사터가는길
경주시외버스터미널 0번출구에서150번 양남행버스를 탄다(문무왕릉표 1500원)
시내를 휘휘돌아 고선사터가 잠긴(고선사터 3층석탑은 박물관 뒤뜰에 있다. 감은사터탑과 더불어 대형탑이다.) 덕동호를 지나 추령고개를 넘어간다.
감은사터정류소에서 내려 감은사터를 둘러보고 매점이 있는 논길을 따라 걷다 대본삼거리(감포,양남갈래길)에서 왼쪽으로 500미터쯤돌아가면 이견대가 나온다.(여기서 신문왕이 만파식적을 얻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대왕암앞 봉길해수욕장에 많이 모여있는데 고즈늑한 분위기에서 대왕암을 감상하고 싶다면 이견대가 적격이다. 다시 마을로 좀 더와 바다쪽으로 내려오면 횟집센터와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이 마을에서 해수욕장으로 바로 건너가는 나무다리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지금은 없어서 해수욕장쪽으로 가서 대왕암을 보려면 2km쯤 빙빙 돌아가야 한다. 이 날은 물이 많아 도저히 건널 수가 없었다. ㅠ_ㅠ
거꾸로 봉길해수욕장에서 시작해 이견대, 감은사터로 둘러보는 코스도 괜찮다.
자가용으로 간다면 석굴암쪽으로 시작해서 토함산자연휴양림쪽길을 따라 장항리절터, 골굴암, 기림사까지 동선에 넣으면 좋을 듯하다.
동3석석탑. 역광을 받아 그리움은 눈부시다.
버스엣 본 태종무열왕릉군. 맨 앞이 무열왕릉
지나는버스에서 본 경주문화엑스포공원의 황룡사9석목탑의 현대석해석편
드디어 이 곳.
주변이 정리됐다. 옛날엔 이런 계단이 없었는데...
동해용왕이 된 문무왕이 금당으로 들어오던 수로
서탑의 3층지붕돌과 찰주....감은사탑이 더 특별한 건 저 찰주때문이다.
여긴 동탑과 소나무언덕
건물의 일부쯤 되는 문양
여뀌와 괭이밥 씀바귀가 긴 세월 절터를 지키고 잇다.
ㅇㅎㅎ 셀카
이래 아름다운 사계절이 있으니 천년인들 만년인들 외로우랴...
신문왕이 만파식적을 얻은 이견대. 해수욕장보다 여기가 대왕암을 감상하기에 더 낫다. 조용하니 방해도 안받고...
여기 하염없이 앉아 나를 보려했으나 정작 저 푸른바다가 출렁거리며 마음자리 산산히 부숴놓았다.
셀카는 초점 맞추기 힘들어...
오징어가 익어가는(?) 동해
감은사터로 이어지는 대종천의 물길. 뭍물이 바다로 가는 마지막 여행길.
<대종천>이라는 이름은 임진왜란(또는 병자호란 또는 몽고침입때) 황룡사의 범종을 훔쳐 이 물길로 실어날랐다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큰 종이 지나간 내라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바다로 나가서는 물에 빠져버렸다. 가끔씩 파도가 많이 칠땐 바다속에서 종소리가 들린다고 하니 찾아나서 볼 일이다.
이 바다를 사랑했던 또 한 사람, 고유섭선생을 기리는 비
버스타러 5분 늦게 나와 1시간을 더 기다리며 황금들판을 발견하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진평왕릉이 있는 숲. 숲 맨 오른쪽에 선덕여왕의 아버지 진평왕릉이 있다.
선덕여왕릉은 오른쪽 끝 야트막한 산, 낭산에 있다. 두 왕릉 중간의 황복사터도 보고 걸어서 둘러볼 만하다.
황룡사터에 단체답사객이 모여앉아 설명을 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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