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간다말없이.../선이굵은산

달마산은 산같이 멈췄는데 미황사는 정진 또 정진...

부석사 2009. 12. 16. 00:45

 미황사, 달마산을 처음 만난 때가 10년쯤 되었겠다.

땅끝마을, 보길도를 보고 오는 길에(아니다, 그 뒤 또 다시 땅끝에 왔을 때 여길 왔구나) 미황사를 보러 왔다.

 지금이사 절앞까지 대형버스도 들어가지만 그땐 <남도답사 1번지>라는 말이 이제 생길 무렵이었으니 노선버스도 시간맞추기 어려울 때다.(이 때가 답사객에게 답사는 더 향기로웠다.)

  일주문도 없던 때, 돌아드는 돌계단을 에워싼 동백나무들이 일주문을 대신하고 있었고, 몇 안되는 전각들은 병풍산에 소롯이 안겨 다른 어떤 절과도 비교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더랬다.

  근처 통교사터와 부도밭으로 가는 오솔길은 또 얼마나 예뻤는지...

그러나 이제 동백나무일주문대신 버젓한 일주문이 들어서고, 달마산에 안겼던 절은 달마산을 안으려 하고 있다. 부도밭가는 오솔길은  차도 드나들만큼 큰길이 생겼고, 터만 남았던 통교사터앞엔 큼지막한 암자가 들어섰다.

 집이며 길이며 물건들이 사람의 편리에 따라 변하는 게 자연스런(?) 흐름이기야 하겠지만

미황사의 첫인상을 다신 찾을 수 없음에 산행객은 슬프기 그지없다.

이 또한 이기적인 객꾼의 투정일 수도...

 

 그때는 그저 답사가 좋아 돌아다녔던 답사객, 이번엔 산이 좋아 쫓아다니는 산객의 신분으로 미황사를 찾았다. 새벽에 출발한 탓에 사정없이 졸다가 강진쯤에서 잠이 깼나보다. 10월  마지막날에 지나갔던 23번국도의 천관산갈림길과 다산초당의 만덕산 뒷길, 주작덕룡산을 똑같이 지나갔다.

 만덕산, 주작산, 덕룡산, 두륜산, 달마산에서 땅끝까지 이어지는 이 산줄기를 땅끝지맥이라 한다니 백두대간의 가는 핏줄이 여기 바다끝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황사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은 단 10분! 이걸로 대웅보전 기둥의 게, 거북이를 어떻게 만날 것이며 부도밭까지 어찌 본단 말인가! 불교의 남방전래를 담은 창건설화를, 아름다운 소의 울음소리(미황사란 절이름의 유래)를 어떻게 들을 수 있단 말인가......(어찌하랴 오늘은 답사객이 아니라 산객인걸....)

 절에서 보는 산과는 달리 달마봉(불썬봉)으로 오르는 길은 뜻밖에 얌전한 오솔길이다.

중간부터 바위들이 가로막아 짧은 다리를 쭉쭉 뻗어야 했지만 앞으로의 길에 비하면 양반길이다.

 곧바로 불썬봉으로 올라서니 진도쪽에서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능선길에 올라서서 보니 미황사쪽엔 진도가 아련하고 그 반대쪽엔 완도가 다리하나를 육지에 걸친 채 아침역광을 받고있다.

 이제부턴 줄곧 바위길을 오르락내리락, 완도쪽에서 걸을땐 자켓을 벗고, 미황사쪽에서 걸을 땐 자켓을 여미는 이중플레이로 달마행을 만끽한다. 도솔봉을 지나 마봉약수터로 가는 임도에 들기까지 이 법칙은 깨지지 않았다.

 느낌상 산행 5~6시간 뒤에 만난 도솔봉은 미황사에서 거둬들였던 흥분을 다시 열치게 하고도 남았다.

1000년전에 두 바위사이를 돌로 메꿔 세운 암자가 세월속에서 스러지고 일어서기를 거듭하다 오늘을 보이고 있다.

 작년에 본 관악산 연주암과 앞으로 볼 금강산 보덕암을 떠올리는, 지극한  공덕으로 세운 암자려니.

우리가 가진 등산지도엔 도솔암을 지나 1~2km쯤은 가야 임도가 나온다고 돼 있는데 금방 임도가 나타났다. 발톱이 쑤시는 아픔끝에 만난 덕에 즐겁게 걷던 시멘트길에 눈살이 찌뿌려질 무렵 무봉약수터가 나오고, 서방정토를 뒤로 한 채 동쪽으로 온 우리의 달마대사는 중생제도의 서원을 다 이루셨으리라......

 

 여기도 <천년사찰미황사길>이란 걷는 길이 있나보다. 임도를 걷는 내내 이 이름표를 심심찮게 보았다. 임도에서 미황사로 가는 산책길도 열려있으니 미황사를 보고 통교사터와 부도밭을 보며 무봉약수터까지 산책하고 약수한사발로 남도의 그리움, 멀어져간 첫 미황사의 아련함을 채우는것도 알뜰한 여행이겠다.

 

=========  미황사 ==========

 때는 신라쯤? 어느날 달마산 앞바다에 사람이 다가가면 멀어지고 돌아서면 다가오는 배가 나타났다.(경주 대왕암 만파식적이야기와 비슷하네) 도있는 스님이 목욕재계하고 다가가니 배에는 절을 지을 수 있는 물건들이 다 들어있었다. 불경이며 불상이며 보살상... 그 스님 꿈에 금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나는 인도 사람인데 금강산에 일만불을 모신다고 해 갔는데 너무 늦어 일만불은 이미 조성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금강산을 닮은 이곳을 보았는데 배에 있던 금소에게  불경과 불상을 실어 그 소가 멈춘 곳에 절을 세우라"고 했다. 과연 금소는 가다가 한번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가다가 아름다운 소리로 울고 쓰러지더니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 쓰러진 곳에 통교사를(부도밭이 있는 곳), 마지막 쓰러진 곳에 이 미황사를 세웠다고 한다. 이름도 누런(黃)금소의 아름다운(美) 울음소리를 따서 지은 것이란다.

 우리나라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을 통 해 들어온 북방전래설이 지배적인데  미황사창건설화를 들어 남방전래설을 주장하기도 한단다.

어쨌든 대웅전 기둥엔 그때 소등에 타고 온 듯한 게며 거북이며 바다생물들이 그대로 주춧돌에 달라붙어 성불해 버렷다. 조금만 더 기어가면 부처님 코앞, 비바람 피해  편하게 설법을 들을 것인데 걸음이 느린 게 안타까울 뿐이로다. ㅋㅋㅋ  

 대웅보전, 아침햇살받는다.

 단청없이 소박한 데 몇년안에 오색단청으로 단장할까 저어된다.

 물내리는 수로.

 대웅보전 기둥. 세월속에 주름은 숙연하다.

 미쳐 대웅전으로 들지 못하고 주춧돌에서 멈췄다.

 여기서도 설법은 들리겠다.

 너무 늦게 피었다. 곧 찬바람 몰려온다는데 언제 씨를 맺을 것인가...

 

 불썬봉에서 본 진도쪽 풍경. 흐린 탓에 먼 곳은 아련하다.

 미황사. 공사중...

 완도. 저 뒤쪽에 장보고의 청해진이 있다.

 이런 바위를 몇 개나 넘었는지 모르겠다.

 

 

 

 

 

 얘는 너무 일찍 피었다. 한 그루가 통째로 피었으니 내년에 나비 만나기는 어렵겠구나.

 

 

 많이 왔다. 저멀리 미황사. 바로 앞은 새로 들어선 부도밭의 암자.

 

 떡봉엔 떡이 없다.

 달마산에서 지천으로 핀 크리스마스열매 ㅋㅋ

 너도 애닮구나.

 도솔암 담벼락이 본 풍경

 이렇게 든다.

 도솔암으로 넘어오는 길.

 산신각에서 우리 회원들이 사진찍어달랜다. ㅎㅎ

 도솔암.

 깜박하는 사이 이 장관을 놓치고 지나칠 뻔했다. 달마산에 가면 도솔암엔 꼭 들를 일이다.